HOME > 전시안내 > 과거전시
 
Pleasant Landscape 김익모 展

  ■ 전시명 : Pleasant Landscape 김익모 展

 
■ 작품설명 :
추상풍경의 유희

김익모는 최근 물감을 마구 휘갈긴 그림 한점을 그리고 ‘신몽유도원도(新夢遊桃園圖)’라는 제명을 붙였다. 높이 162cm에다 폭이 392cm에 달하는 대작으로서, 몇 년 전부터 새롭게 시작한 <즐거운 풍경>연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대형 화면 앞에서 작가가 실행했을 적극적 그림 행위가 연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행위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재치있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몽유도원도란 조선 세종 때에 안견이 비단 바탕에 수묵담채로 그린 산수화로 안평대군이 꿈에 도원경을 거닌 이야기를 받아 옮긴 그림이다. 불행스럽게도 해외에 유출되어 원화를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지식인들의 심경을 나타낸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김익모가 자신의 그림에 몽유도원도를 제명으로 선택한 것은 그저 우연일 수 있다. 그의 그림은 남도 일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으로 벚꽃이나 배꽃 농원에서 얻은 감흥의 소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작가의 표현적 터치나 대중문화의 기호들로서 하트나 풍선 그리고 숫자와 부호 등은 안견의 화론과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의 연작 등은 주제의 서술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에 있어 캔버스란 그저 그림 행위의 즐거움을 위해 선택된 도구일 뿐이다. 주변에서는 판화가로서 20여년 가까이 체험했던 형식의 굴레와 기법의 한계로부터 과감히 일탈하려는 자유의지에서 온 것이라 말한다.

(중략)

<즐거운 풍경> 연작을 그리는 김익모의 근작들은 작가의 자유의지를 반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자유란 규범과 분리되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체계 속에 융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통적 판화형식과 규범의 지배 속에서 벗어나 김익모가 얻은 자유는 추상표현주의자들의 강렬한 색채대비와 거친 붓터치 그리고 뿌리고 밀어내고 긁어내는 과정에서 돌출되는 재료의 물성과 그 위에 배치된 팝적 기호들로 표상되고 있다. 이제 작가는 그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지켜줄 미학적 표준을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의 ‘신몽유도원도’는 이러한 그의 요구에 부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다가온다.

김영호_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