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향광주를 대표하는 사립미술관들의 명소로 어느 순간부터 운림동이 미술애호가들의 방문을 유혹하는 공간이 됐다. 아름다운 가을볕과 더불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무등산과 미술관을 방문하는 운림동은 늘 문화적 활기가 넘쳐난다. 이러한 운림동에 위치한 우제길미술관은 빛을 소재로 추상작품 활동을 하는 광주를 대표하는 우제길 화백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승효상 건축가와의 만남으로 완성됐다.
백색의 조형적인 외형이 돋보이는 미술관에는 단아한 전시공간과 트렌디한 멋이 스며있는 카페공간, 야외마당으로 눈을 돌리면 현대적인 조각작품들과 수목이 잔디위에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한켠에는 소규모의 공연이 가능한 작지만 알차게 보이는 야외공연장 또한 방문객들에게 문화적인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우제길미술관은 2001년 지역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개관해 2014년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새롭게 전시실, 교육실, 아틀리에, 사무실, 아트샵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는 미술관으로 거듭 태어났다. 이는 빛과 색의 마술사인 우 화백의 작품세계를 세계적인 승효상 건축가의 재해석을 통한 설계를 거쳐 완성된 건축물 그 자체로서도 하나의 작품이다. 개관이래 16년 동안 지역과 국내외를 연결하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류전과 신선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기획전, 작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개인전 등이 진행돼 지역민들과 외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현대미술의 이해와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한편, 미술관은 우 화백의 삶과 작업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아틀리에 방문이 가능하다. 창작의 산실인 화백의 작업실에는 언제나 진행 중인 초대형작품들이 즐비하며 반갑게 작품설명을 해주시는 우 화백의 정겨운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우화백의 초등학교시절부터 모아 놓은 아카이브 자료를 보는 것도 커다란 문화적 즐거움이다. 화백의 자료를 통해 지역의 근대미술사연구가 가능하리만큼 다양하고 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분류해 소장해놓은 섬세함에 방문객 모두가 놀라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제길미술관은 다양하고 풍부한 소장 자료, 작품세계 등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이다.
어느덧 조석으로 쌀쌀한 날씨가 우리를 감싸며 대지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중이다. 들판의 억새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야외활동을 부추기는 이러한 계절에 운림동을 방문해보자. 향기로운 커피향이 넘나드는 전시공간에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카페테리아에서 우인 혹은 연인 아니면 가족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일상에서 지쳤던 삶의 에너지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김차순 관장의 디자인감각이 절묘하게 녹아있는 우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아트상품을 구매해도 좋다. 형형색색의 스카프, 손수건, 넥타이를 자신을 위해 아니면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해 보는 것도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